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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방과후학교 법안 철회’, 강사들은 한탄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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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신문
기사입력 2020-05-25

- 정부는 방과후학교 법제화 흔들림없이 추진하라!

 

 

[분당신문] 코로나 19로 수업과 수입이 모두 없어진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교육부도 교육청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아무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학교의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이고, 교육청의 지침과 학교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일을 해온 이들에게 아무 보상도, 지원도, 사과 한마디도 없다. 이 모두가 초·중등교육법에 ‘방과후학교’라는 다섯 글자가 없어서 생긴 일이다.

 

지난 5월 19일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법제화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가 불과 이틀만에 철회하였다. 늘 불안한 고용과 열악한 처우, 흔들리는 정책에 힘들어하던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또다시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늘 표류하던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이제 첫걸음을떼는가 싶더니 곧바로 주저앉아버린 것인가.

 

안타까운 것은 이 와중에 여러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학교를 전인교육의 장으로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들의 모습이 맞는가. 또 법안을 내놓은 교육부는 어찌하여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성급하고 우유부단하게 일을 벌렸는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기관의 주인은 국민이다. 모든 국가기관은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따라 그 역할이 계속 변화해 왔다. 소방서도 불 끄는 일만 하던 과거와 달리 화재 예방 홍보, 교육, 체험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보건소도 의료기관의 관리·감독을 주로 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위생·질병관리, 건강증진 홍보, 교육 등 다변화되었다. 공무원들만의 일터였던 시청 도청 등도 주민들이 함께 하는 소통과 공유, 나눔, 체험의 장이 되었다.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관계하고 있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터이기도 한 학교라면 두말할 것이 없다. 더욱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단순히 수업만 하던 과거에서 교과수업 이외의 다양한 특기·적성·예체능·진로·체험 등의 교육이 있는 것은 이상할 일도 아니고, 너무나 당연한 흐름이다. 그런데 교원단체들은 이런 흐름을 거슬러 학교에 교과수업 외에는 다른 것이 거의 없었던 1980년대 이전의 시절로 되돌아가자고 한다. 이들이 과연 미래를 바라보고 전인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육자가 맞는가?

 

십여년 전 학교 무상급식이 처음 시작될 때도 반대론자들은 ‘학교가 무료급식소냐’, ‘무상급식은 급식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릴 것이다’ 등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학교가 책임지고 급식을 할 때 급식의 질도 높아지고 차별 없는 관계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지금은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방과후학교를 외부기관에 맡겨야 질도 좋아지고 교육자의 처우도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십여년 전 무상급식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다시 보는 듯하다.

 

누가 책임을 맡든 방과후학교가 학교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의 학생들이 학교의 공간에서 학교의 일정에 따라 교육을 받고, 학교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한다. 교과수업과의 연계도 있고, 학교 안에서 발표회나 전시회도 하고, 외부 행사나 공연도 학교 이름으로 한다. 이런 형태는 늘 변함없었으며, 앞으로도 변할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 이것이 학교의 일이 아니란 말인가! 지자체나 외부기관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일이다.

 

방과후학교를 외부기관에 맡겨 운영을 하는 ‘업체위탁’의 폐해로 많은 강사들이 더욱 불안한 고용과 수업재량권 침해, 교육의 질 하락 등을 경험하였다. 위탁운영의 폐해는 잘 알려져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또 지자체 운영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이미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또다른 형태의 위탁일 뿐이다. 민간업체보다 갑질이 적고 수수료가 없을 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강사의 지위가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교사들도 교실 밖 교육, 교과를 넘어서는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자치활동, 계기수업, 현장학습, 체험학습, 혁신교육 등을 하고 있고, 수요자 중심의 맞춤교육, 진로탐색, 코칭수업 등도 하고, 학교 밖 마을교육공동체, 꿈의학교 등에서도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들을 교육이 아니라고 하지 않고, 복지와의 경계를 굳이 두지도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도 융합과 신재생을 이야기하는데, 방과후학교 이야기만 꺼내면 굳이 ‘분리’하려 들며 ‘교육이 아닌 복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이런 ‘내로남불’이 또 어디 있는가?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에서의 간접고용의 폐해는 자주 보아왔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희생자의 대부분이 외주 용역 일용직 노동자였고,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은 아직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모두 간접고용, 외주화의 굴레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지금도 학교에 잠시 들렀다 가는 외부인 취급을 받는 강사들인데, 지자체나 외부기관과 계약한 강사라면 어떤 취급을 받겠는가! 이렇게 동료 교육자를 홀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좋은 교육이라고 교육의 전문가라는 이들이 주장을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자의 처우가 불안한데 교육이 좋아질 수 없고, 불행한 교육자에게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행복할 수 없다. 늘 외부인 취급을 받고, 툭하면 수업이 중단되고, 매년 새로 면접을 보고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불안한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방과후학교의 법적 근거를 두고 국가와 교육청, 학교가 책임지고 이끄는 것은 공교육을 하는 교육자가 학교를 이끄는 일원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고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교육부에 요구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조율 없이 성급히 발표하고 반발에 떠밀려 이틀만에 철회한 것은 누가 봐도 잘못한 일이다. 법안의 내용이 아무리 환영할만해도 이런 우유부단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20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발의가 있었고, 코로나19로 만천하에 드러난 교육의 위기상황에 법안의 필요성은 잘 알 것이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잘 잡고 흔들림 없이 법안 제정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의 고충도 받아들여 업무경감을 위한 대안도 함께 내어야 할 것이다. 충분한 당사자 대화를 통해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속히 추진하라.

 

교원단체들에 요구한다. 우리는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그 방법이 함께 일하는 동료 교육자를 내쫓거나 위태롭게 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마을과 지자체의 교육도 모두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은 학교의 교육으로서 잘 되어야 하고 학교 안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공교육을 하는 학교는 아이들, 학부모, 교사, 교육노동자, 모든 국민의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자신들만을 위한 반대를 중지하라.

 

우리는 방과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방과후학교를 통해 진로나 전공을 선택하고, 방황하던 아이가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교생활에 활력을 찾아간다. 교과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방과후교실에 와서 자신이 원하던 수업을 들으며 지친 에너지를 충전한다.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기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 없으며, 교과수업과 더불어 공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으로 오늘 여기까지 왔다. 교육가족의 일원인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힘겨워하는 현실에 지원이나 보상을 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은 더이상 모른체할 일이 아니다. 방과후학교의 법제화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

 

※ 이 글은 5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민주노총 서비스산업연맹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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