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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 예산의 심의·의결권을 가진 시의회에서 올해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해 당분간 준예산 편성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 성남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
성남시가 민선5기 시작부터 난데없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더니, 이제는 ‘준예산’ 편성이라는 타이틀로 전국적인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지난 3년 가까운 동안 ‘바람 잘날 없는’ 성남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러던 성남시에서 올 새해 벽두부터는 서로를 향한 ‘네탓’ 공방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준예산 사태는 충분히 예견되었기에 ‘네탓’ 공방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성남시를 비롯해 여당인 민주통합당 등은 이번 준예산 사태의 모든 책임을 다수당인 새누리당 탓으로 돌리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언론들도 성남시의 보도자료 등을 인용하면서 가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준예산 사태가 과연 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으로 인해 전적으로 발생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도 많다고 본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아 의결정족수 미달로 본회의가 자동적으로 산회함으로써 준예산 편성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찌 나타난 결과에 대해 겉만 보고 해석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했다. 집행부의 밀어붙이기식 도시개발공사 설립 추진과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무비판적인 집행부 감싸기에 따른 협상안 파기 그리고 새누리당의 등원 거부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전조 증상은 이전부터 있었다. 6대 후반기 원구성의 의장선거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한 시의회가 의원 상호간 신뢰를 상실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당정치에서 의원 상호간 토론을 거쳐 정해진 당론을 손바닥 뒤집듯이 무시하고 소신으로 포장한 채 야합의 대열에 동참한 일부 변절자(?)들로 인해 시의회가 분열과 대립의 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고, 같은 당 소속 의원조차 믿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을 추구하는 정당정치의 기본 이념 구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에다 시 집행부는 어떠했는가. 성남시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주요 현안들에 대해 소통에 눈감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자성해봐야 할 것이다. 집행부 공무원이라는 게 사실은 최고 책임자인 시장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대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관점에서 성남시장이 이번 준예산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 준예산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에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상정이라는 첨예한 사안이 자리하고 있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사 설립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자에 신음하고 있음에도 성남시는 그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장밋빛 환상에 젖어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런 점들을 우려하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시개발공사 설립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저지에 나섰던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성남시에는 판교신도시 개발 경험이 있는 도시개발사업단이 행정조직으로 엄연히 존재하고, 산하기관인 지방공기업 성남시설관리공단도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성남시가 굳이 ‘빚더미 가능성’이라는 미래의 예상되는 위험부담을 떠안으면서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시민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집행부의 수장인 시장은 이런 설립반대 진영의 우려는 도외시한 채 충분한 시민 공감대 형성도 없는 상황에서 도시개발공사 설립 강행을 밀어붙임으로써 이번과 같은 준예산 편성이라는 ‘시한폭탄’이 터져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서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준예산 편성 사태와 관련해 ‘세상 망치는 새누리당…반드시 역사의, 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라고 심경을 적고 있다. 이번 준예산 편성 파행의 모든 책임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전가하는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SNS상에서의 언급이 전국 지자체와 성남시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라는 사태 해결을 위해 과연 바람직한 태도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그보다는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고 적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과거 군왕시대 나랏일이 제대로 안되거나 백성들에게 심려를 끼친 상황에서 사과의 의미로 임금의 입에서 으레 튀어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소박한 기대가 성남에서는 무망(無望)한 것이라는 지인들의 충고(?)를 듣고 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는 느낌이다. 벌써 민선6기 지방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왔다. 2013년 새해 벽두에서 지방선거를 거론하는 것이 빠르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은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자신들이 선택할 리더에 대한 기준을 정해 놓고 두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선거가 끝난 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 유권자들은 이번 준예산 편성 사태에서 공직후보자 선택의 기준을 찾는 지혜를 찾고, 교훈을 삼아야 한다고 본다.
결국, 그 기준은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고 배척의 대상으로 삼는 ‘고집불통형’ 보다는 ‘소통과 진정성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휘자로서 자질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 성남이라는 오케스트라가 ‘공멸의 파열음’이 아닌 ‘상생의 하모니’를 통한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발산하기 위해서는 지휘자인 ‘리더’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